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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다른 꿈 현실의 'I-PACE'
작성일 : 2019-02-12
작성자 : 오토커넥트 첨부파일 : 20190212093650.jpg
조회 : 146






[오토커넥트 = 최정필 에디터 choiditor@ibl.co.kr]

재규어는 매력적인 악당을 꿈꾸는 브랜드다. 플래그십세단 'XJ'를 통해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보여줬다면 F-Type(에프-타입)을 통해서는 브랜드 본연의 레이싱DNA를 드러내며 독특한 매력을 선보였다. 그런 재규어가 이번에는 전기SUV I-Pace(아이-페이스)를 출시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20년까지 모든 라인업에 전기차를 추가할 방침이다.

재규어가 I-PACE를 국내에 처음 공개한 건 지난해 4월이었고 무려 8개월이 지나서야 판매를 시작했다. 경쟁브랜드와 비교하면 늦은 편이다.

물론 여러 요인이 겹쳤을 뿐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차를 만들지 못해 출시를 늦춘 건 아니다. 이 회사는 전기차 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리는 '포뮬러E'에 출전하며 전기차 노하우를 쌓아왔다. I-PACE는 포뮬러E에 출전한 레이스카 I-TYPE에서 담금질한 기술을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의 전기차, 그리고 회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체험해봤다.




겉은 정체 불명, 속은 주제 불명

I-PACE의 첫인상은 어색했다. 제원상으로는 동급 SUV와 비교해 결코 작지 않다. 현대자동차 투싼의 길이 4480mm, 너비 1850mm와 비교하면 I-PACE는 길이 4700mm, 너비 1895mm로 더 길고 넓다. 하지만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휠베이스)가 길고 오버행(바퀴부터 범퍼 끝 까지 길이)이 짧아 시선이 분산된다. 분명 SUV인데 낮고 길어보이는 이유다. 차 옆에 서지 않는 이상 높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릴도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서 공기를 빠르게 빨아들일 필요가 없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전면 그릴을 막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 디자인은 회사 마다 제각각. 재규어는 브랜드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기존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기저항을 줄이려 노력했다.

앞모양은 재규어 고유의 디자인을 적용해 멀리서도 재규어임을 강조한다. 큼지막한 그릴 아래엔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식히기 위한 공기 통로가 있다. 공기가 그릴 하단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보닛 위 에어벤트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했다. 냉각성능을 높이기 위해 그릴에서 보닛을 뚫고 나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옆모양을 보면 디자인 정체성이 조금 모호해진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으니 그 원인을 딱 꼬집는 것도 어렵다.

시선을 끄는 건 트렁크 라인. 쿠페형의 낮고 매끄러운 지붕의 선이 A필러에서부터 트렁크 끝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C필라는 급격히 꺾여 내려온다. SUV면서 롱휠베이스 세단의 특징을 담으려 한 탓에 CUV(크로스오버)에 가까워 보인다. 세단과 해치백, SUV의 디자인 특징을 모두 보여준다.

재규어의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은 “I-PACE는 다른 내연기관 차와 달리 구조적 한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모든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한결 정제된 느낌이다. 5가지 형태로 제공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품는다. 화면 전체를 활용하는 내비게이션부터 듀얼클러스터, 차선이탈경보까지 그동안의 재규어 차종 중 가장 진보된 형태다.

특히 두개의 디스플레이로 나뉜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은 그동안 재규어에서 보지 못한 방식이다. 상단의 10인치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미러링, 어라운드 뷰 카메라를 비롯한 기능을 제공하며 하단의 5인치 디스플레이는 공조기와 스마트폰 연결 화면을 볼 수 있다.





터치스크린이 늘면서 물리 버튼의 개수가 줄어드는 건 요즘 자동차의 설계 추세다. 그런데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한정된 버튼으로 구현하려다 보니 누르고 돌리는 것 외에도 당기는 방식까지도 고려된다. 버튼에 터치를 넣는 일도 생긴다.

I-PACE에서는 기어변속버튼이 평범하게 느껴진다. 특히 공조기를 조절하려면 ‘당겨야한다’는 점은 꽤 생소한 부분이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외에 자동차의 기능을 조작할 때 당기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USB포트는 꼭꼭 숨어있다. 대중적인 편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포트의 위치는 5인치 디스플레이와 기어노브가 위치한 센터페시아 아래의 수납 공간 위에 설치됐다. 말하지 않으면 USB 포트의 존재조차 확인이 어렵다. 물론 날마다 이 차를 타면서 케이블을 끼워놓고 쓰는 사람이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지 않을까 싶다.





인상적인 주행성능, 아쉬운 주행거리

재규어는 I-PACE를 개발하며 “스포츠카를 전기차로 옮겼다”고 말했다. F-PACE를 통해 ‘스포츠카를 SUV로 옮긴다’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재규어다운 도전이다.

두가지 단계로 조절 가능한 회생제동은 I-PACE의 성향을 완벽히 바꾼다. '높음'을 선택했을 때는 엑셀 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을 조절할 수 있는 원-페달시스템(One Pedal System)이 적용된다.

그런데 그 민감도가 ‘강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발에서 힘을 빼는 순간 강한 제동력이 온 몸을 잡아당긴다. 그만큼 에너지를 회수하는 양이 많다는 뜻이지만 기존 내연기관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이어서 생소하다. 가속페달을 섬세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쉴 새 없이 울컥거리는 주행감을 맛보게 된다.

반면 회생 제동 단계를 낮음으로 설정하면 보다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를 운행하면서 회생제동이라는 새로운 주행법을 익히는 것이 어색하다면 이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





회생제동의 단계와 상관없이 I-PACE의 주행 성능은 매력적이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은 전기차라는 생각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하다. 운전의 재미를 강조한 전기차는 존재했지만 스스로 스포츠카라고 평가 내린 브랜드는 없었다. 하지만 재규어는 그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앞바퀴와 뒷바퀴 축에 하나씩 자리한 전기모터는 I-PACE가 가진 힘의 원천이다. 합산최대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kg.m를 발휘하는 두 모터는 I-PACE를 강하게 밀어낸다. 이쯤 되면 우렁찬 엔진소리가 들릴 법한 성능이다.

빠르게 올라간 속도는 어느새 시속 100km를 넘어선다.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는 전기모터의 특성상 속도가 높아지면 가속에 한계가 빨리 찾아온다. 그럼에도 시속 200km에서 제한되는 최고속도가 야박하게 느껴질 만큼 놀라운 성능을 자랑한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코너링도 일품이다. 고속으로 밀어붙여도 도로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예리하면서도 민첩한 움직임은 SUV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시승 코스가 포장도로로 구성된 탓에 오프로드를 체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최대주행가능거리다. I-PACE의 공식 최대주행가능거리는 상온에서 333km. 저온(0 ℃ 이하)에서는 227km다. 비교적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다. 1억원이 넘는 가격을 고려한다면 300km 남짓의 주행거리는 I-PACE는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더 멀리 가려면 그만큼 큰 배터리를 탑재하면 되지만 결국 차 무게가 늘며 운동성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가격도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현 스펙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재규어가 꾸는 다른 꿈

재규어는 그동안 품격과 우아함 그리고 잔혹함을 가진 매력적인 악당임을 강조했다. 뒤늦게 뛰어든 전기차 시장에서도 재규어는 같은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꿈의 형태는 약간 다르게 표현된 듯하다. 마치 예상치 못한 꿈을 꾼 고양이가 당황스러움에 발버둥 치는 모양새다. 그런 의미에서 I-PACE는 가장 진보한 재규어인 동시에 가장 재규어답지 않은 모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도전이 시장을 뒤흔들지, 당황하다가 끝날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봐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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